<모델협찬나옹이>
어제 10시 반쯤 집에 돌아가는 중에 집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한 고양이를 만났다.
이녀석 도망도 안 가고 내 눈을 쳐다보며 "야옹"하고 울었다.
난 감격스러워서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나 얌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너무 사람을 잘 따르길래 처음엔 편의점 안의 손님이 잠시 밖에 두고 들어간 건 줄 알았다.
생김새를 말하자면 스노우캣이 기르는 나옹이와 닮았다.
건강해보이는 까만 줄무늬에 빛나는 털. 눈은 메론색에 가까운 노란색이었던 듯.
너무너무 예뻐서 한참을 떠나질 못하고 있는데 편의점 주인이 나와서
"얘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가만 보니 나이도 어린것 같지 않았고 더구나 예사롭지 않은 배.
임신한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나 사람을 잘 따르는데 어떻게 버리고 갈 생각을 했을까.
내 눈을 쳐다보며 자꾸만 울어 댔다. 그리고 애교를 부리며 주위를 맴돌았다.
소세지를 사 주자 허겁지겁 먹어댔다. 이렇게 날이 추운데 임신까지 해서
어디서 먹을 걸 먹고 다니는지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
항상 이 시간이면 편의점에 온다고 아저씨가 살짝 성가시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고양이가 가게 앞에 있으면 손님들도 무서워 한다며
내가 소세지를 사주는 것도 "자꾸 사주면 버릇들어서 계속 오는데..."하며 싫어하는 눈치였다.
잘못이 있다면 버리고 간 옛 주인에게 있는 건데 가엾게도 버려진 고양이는 어떻게 살라고.
너무해.
소세지 하나를 다 먹이고 집으로 가려는데 자꾸만 따라왔다.
"따라오지마~ 널 데려가고 싶지만 울언니가 싫어해."
고양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리는 없었지만 내가 길건너편으로 가자 더이상 오지 않고
차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내 가는 모양을 쳐다보고 있었다.
길 건너편에서 그 처량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저걸 어떡하나 싶어서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고 불쌍하고 슬프고..
글을 쓰는 지금도 시야가 흐려진다. 코가 시큰거린다.
처연한 그 모습을 보다 못해서 다시 가서 소세지를 한번 더 사줬다.
난 정말이지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
그게 결여되어있는 사람은 동물을 애초에 기르면 안된다구 생각한다.
특히나 우리 나라 같은 경우엔 강아지에겐 관대하지만 고양이에겐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만 봐도 가엾고 불쌍한데 하물며 주인 손을 타서 야생성이 사라진
집고양이들은 이런 식으로 버려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애완용 고양이의 수명은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수명은 고작 2~3년이다.
나도 예전에 고양이를 길렀던 때가 있었다.
처음엔 언니가 길에서 주워온 상디.
상디도 주인이 버리고 간 고양이였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도 많은 상디.
우리 집에선 나와 언니 외의 사람은 동물 기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반대를 무릎쓰고 몇달 기르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언니 친구에게 주었다.
지금은 포동포동 살이 쪄서 아저씨가 다 된 상디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옛 주인도 못 알아보고 집에 찾아갈 때면 슬금슬금 도망 다니지만
외부인이 없을 땐 여전히 애교가 많다구 한다.
다음에 길렀던 고양이는 까미였다.
까미는 우리집 아파트에서 살던 길고양이의 새끼였다.
야생성을 가지고있는 새끼여서 좀처럼 길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틈만 나면 할퀴고 으르렁거리고 털을 세우곤 했지만 그래도 내눈엔 귀여웠다.
하지만 어느날 부모님이 당장 버리라고 호통을 치셔서 ....
정말 눈물을 머금고 집 밖에 풀어주었다.
그 후로 너무나 신경이 쓰여서 아파트 주변을 찾아 다니곤 했다..
까미는 잘 살았을까 ...
그 후 길렀던 고양이는 치니.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에게서 받게 된 고양이였다.
치니는 운이 나쁜 고양이였다. 며칠 새에 주인이 계속 바뀌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태였는데
우리집에 와서 처음은 얌전히 지내다가 갑자기 온 방 안을 뛰어 다니면서 난동을 부리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틈만 나면 여기저기 올라가서 다 뜯어놓고 밥도 훔쳐먹고
여하튼 상당히 말썽꾸러기였었다.
큰언니가 그런 치니를 너무나 질색해서 치니 역시 몇달 키우지도 못하고 친구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도 오래 못 기르고 시골로 보냈다고 한다..ㅜㅜ
치니야 ...어떻게 사니 ... ㅠ.ㅠ
기르는 고양이마다 늘 이래 왔으니 ....이번에도 끝이 좋을리가 없다.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정말 다행인 건 오늘 아침 회사에 와서
같이 일하는 동갑짜리 직원에게 그 얘길 넌지시 꺼냈더니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했다는거다.
아 너무너무 잘됐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고양이와 함께 오랫동안 같이 살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 이쁜 고양이에게 주인을 찾아줄 수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오늘 같은 시간에 그 편의점 주위를 서성거려 볼 생각이다.
오늘도 편의점에 나와서 밥 달라고 울 고양이. 이제 새 주인 만나면 따뜻한 곳에서 새끼 낳고
맛있는 밥 먹고 좋은 곳에서 잠들겠지. 아 너무 기쁘다 ㅠ.ㅠ
고양아 좀만 기다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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