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로 강남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4호선으로 갈아타고 갈 심산으로 사당으로 향했다.
사당에서 타는 4호선은 늘 여유로우니까.
'또르르르르르-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잽싸게 의자끄트머리에 털썩 앉았다.
당연하다는듯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어 펼쳤다.
이어폰에서 흐르는 귓속을 가득채우던 음악이 잠시 멈춘 사이,
"안녕- 나중에 전화할께- 조심히 가-"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황망히 자리를 비웠다.
남아있던 여자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만 이내 일어서서 쭈뼛쭈뼛 내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왜? 맞은편에 짧은스커트 아가씨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럴리가.
그러고보니 이 여자도 치마가 짧다. 뭐.. 내 스타일은 아니네.
그건 그렇고, 뭐야? 아가씨, 나 맘에 들어요? 왜 이러셔?
저기에도 저기에도 자리 많은데 왜 내 옆에 딱 붙어 앉는거에요.
이쁘장하게 생겨가지고 이러시면 나 오해합니다. 농담아니에요.
어찌되었든 다음곡이 시작되었고, 난 다시 만화책에 열중했다.
'띵동-♪ 메시지 왔다아-'
[심심해]
'난아냐'라고 답문을 보내고보니, 이 여자 팔짱끼고 졸고 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사람은 움직이는 무언가에 탄 상태로
졸게 되면 움직이는 쪽으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하더라.
근데 고개가 자꾸 내 쪽으로 온다. 흔들흔들- 까딱까딱-
팔에 힘을 주어 버티고 있자니, 흔들거리는 고개가 안쓰럽다.
손을 뻗어 그녀의 볼 위에 얹었다. 보드랍네요.
살짝 힘을 주자 스르르-하고 내게로 쓰러져버리는 그녀다.
폭신하지는 않아도 내 어깨라도 괜찮다면 빌려줄테니 편히 자요.
어디서 내리는지는 모르지만. 히히-
볼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한 느낌.. 참 오랜만이네.
'톡톡톡톡-'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맘에 들면 어떻게하지?]
'성공적으로 전송을 완료하였습니다.'
한손은 그녀의 손을 잡은채로, 만화책을 가방에 넣었다.
나 어떡하지? 이대로 어디까지 가야하는건가요. 허허- 나이것참.
잠에서 깬건지, 애당초 자고있던 것이 아니었는지, 눈을 땡글땡글
뜨고는 내 손을 꼬옥 잡아오는 그녀. 손바닥에서 땀나겠어요.
어느새 수유역이다.
중얼거리듯 '잘가요 아가씨. 안녕.' 하고, 손을 놓고 일어섰다.
지하철을 빠져나와 창문을 보니 그녀의 고개숙인 뒷모습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머리결도 참 곱네요. 체리맛 샴푸를 쓰나요?
출구를 향해 계단을 탁탁탁하고 뛰어올랐다.
'띵동-♪ 메시지 왔다아-'
[번호따 이렇게 말거는거 첨이라구 쑥쓰러워하면서]
'톡톡톡톡-'
[그냥 내렸어. 난 여대생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 3위잖아.]
'성공적으로 전송을 완료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인연을 놓아버렸다.
이제 나에게는 얼마의 인연이 남아있을까.
2004.1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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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멘나사이.
미안하다면 다야?
ㅈㅅ
어쭈?
그러려니...
안죄송
님아 매너효.
출근이 머예효
내가 맨날 하는거염
돈